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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쓴다. 좀 더 챙겨 보는 뉴스 중에 하나가 금리다. 어제(3월9일)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이 금리를 인하 할 수 있는 룸이 있다면서 금융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다른 글에서도 작년 막대한 이자 장사로 돈잔치를 한다고 비난 받던 은행들이 눈치 보며 금리 인하를 한다는 소식을 전했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야 대출금리가 낮아져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면 손들고 받길 일이다. 하지만, 은행이라는 기본 속성이 빌려온 돈값(조달 금리)과 빌려준 돈값(대출 금리)의 차이로 먹고 사는 존재이다 보니,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추려면 조달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인가 이다. 지속가능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금융감독원장(금감원장), 금리 낮춰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개별 은행이 대출 금리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룸(여지)이 있다'며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국민은행에서 개최된 '상생금융 소비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는데, 시중은행은 시중 은행간 경쟁 진작 차원을 넘어 인위적인 대출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장은 대출금리 인하가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충돌한다는 의견은 이렇게 볼 수 있겠다. 지금의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 정책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함인데, 대출금리를 줄여 이자 부담이 적어지면 그만큼 소비여력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어, 긴축 통화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지 않냐는 얘기가 되겠다. 이에 대해 금감원장은 "최근 통화량 추이나 잔액 기준 이자율 변동 추이 등을 보면 통화정책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뭐 이런 투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법조인들이 쓰는 전형적인 말투라 하겠다. 다시 돌아가서, 금감원장은 어쨌든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지 않다(즉, 있다)라고 하며, 이와 별도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낮출만 하다라고 했다. 발언 내용을 더 보면, "고금리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은행이 시장 상황에 따른 이자 이익 확대로 손쉽게 이익을 거두면서도 고객과의 상생 노력은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 금융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속시원한 소리겠다. 하지만, 이게 지속성이 있으려면, 은행도 조달 금리가 계속 낮아져야 할 것 아닌가?
지속성이 있을까?
언급했듯이 은행도 자금을 조달하여 대출을 하는데,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코픽스 금리를 살펴보자. 코픽스 금리는 시중 은행이 조달하는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결정하고, 여기에는 신규취급액기준, 잔액기준, 단기기준이 있다. 코픽스 신규취급액기준 값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신규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오늘(3월10일) 현재, 코피스 금리는 3.82%이다. 이는 지난 12월 4.34% 이후 2달 연속 낮아진 결과이고, 며칠 뒤인 15일 다시 공시가 된다. 계속 하락하면 금감원장의 요구대로 대출금리를 계속 낮추는게 가능하다. 그런데, 이 코픽스 금리가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거스릴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2월에 동결을 해서 3.5%이다. 한국 기준금리는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대외 여건을 많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대외 여건 중 제일 큰 영향은 미국 기준금리가 될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75%로 우리보다 1.25% 높다. 여기에 이번 3월23일 기준금리를 다시 결정하는데, 종전 0.25%포인트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빅스템인 0.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이미 절반 이상으로 높아졌다. 어제(9일)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기자 브리핑을 통해 4월 금리 결정할 때, 미국 3월 기준금리 결정을 고려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기준금리 차이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국내에서 자금 조달 비용 즉, 조달 금리가 높아질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국내 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코픽스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은행이 무슨 수로 대출금리를 계속 낮출 수 있을까? 국내 기준금리가 4월에 3.75%가 된다면, 코픽스는 다시 4%를 넘어설 것이다.
좀 더 길게 살펴 보자.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인플레이션 영향이 가장 큰 상황이다. 제조업 물가는 좀 안정적이라고 하나, 서비스 물가는 아직 내려올 기미가 없다. 높은 물가는 소비 여력을 줄어들게 만들기 마련인데, 고용 사정 또한 좋다고 한다. 즉, 물가가 내려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미 연준은 2가지 목표라고 한다. 하나는 고용, 다른 하나는 물가 즉 인플레이션이다. 고용이 좋은 상태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 결정 방향은 당분간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다른 요소를 살펴보자. 한국 무역수지이다.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이고 그 폭도 역대급이다. 21세기 들어 이렇게 무역 적자 행진을 계속 한 적은 없다. 무역적자는 외환보유고를 낮추고, 이는 환율이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좋겠지만, 계속 확대된다면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다. 이 역시 은행의 코픽스 금리에 영향이 간다는 소리가 되겠다.
무역수지가 하반기쯤 개선된다는 뉴스가 있다. 미국 기준 금리의 최고점 역시 올해 중반이 될 것이고,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은행 조달금리 자체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기 보다는 현재의 3.82%가 그나마 최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이 본인들의 마진을 포기하고 작년에 실컷 벌어 놓은 수익으로 메꿔가며 대출해 준다면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디 그럴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금감원장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는 '은행 너희들 작년에 많이 벌었으니, 올해는 이익 볼 생각 하지말고 금리 낮춰' 뭐 이정도가 아닐까 싶다.
오늘자 뉴스에 나온 시중은행 관계자 답변 소개한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라 대출금리를 소폭 낮춰도 다음달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약발'은 채 몇 달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